집주인한테 “연장 안 해준다”는 통보를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부동산을 운영하면서 이런 전화를 양쪽에서 다 받아봤습니다.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억울하다 하고,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쫓겨날 판이라 발을 동동 구르죠. 계약갱신요구권(契約更新要求權)은 바로 그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권리입니다. 그런데 막상 써야 할 때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언제 쓰면 득이 되고 언제 쓰면 독이 되는지 제대로 아는 분은 생각보다 드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이 뭔지,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계약갱신요구권이란 임차인이 원할 경우 임대차 계약을 1회에 한해 2년 연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住宅賃貸借保護法) 제6조의3에 명시되어 있는데, 쉽게 말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도 임차인이 “저 더 살겠습니다”라고 맞받아칠 수 있는 법적 근거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법 조문에는 ‘요구권’으로 표기되어 있으니 계약갱신요구권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권리는 무조건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행사 가능한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만 유효합니다. 이 창(window)을 놓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지니 달력에 미리 표시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행사 방법도 중요한데, 저는 부동산 현장에서 구두로만 전달했다가 나중에 분쟁이 생긴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반드시 내용증명(內容證明)으로 보내는 것을 권합니다. 내용증명이란 우체국을 통해 발송 사실과 내용을 공식으로 증명하는 문서 방식인데, 상대방에게 도달했다는 증거가 남기 때문에 분쟁 예방에 결정적입니다.
또 하나, 집주인이 이 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예외 사유도 있습니다. 임차인의 차임(借賃) 연체, 즉 월세나 전세금 미납이 반복된 경우, 무단 전대(轉貸), 그리고 가장 흔한 케이스인 임대인 실거주 목적이 해당됩니다. 차임이란 임대차 계약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대가를 뜻하는 법률 용어로, 월세든 전세든 이 개념에 포함됩니다. 집주인이 “내가 직접 들어가 살겠다”고 하면 법적으로 거절이 가능하다는 점은 임차인 입장에서 꼭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권리는 딱 한 번만 쓸 수 있습니다. 한 번 행사하고 나면 이후에 묵시적 갱신이 되든, 합의 갱신이 되든 다시는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 쓸지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합니다.
묵시적 갱신이 더 좋은 이유, 그리고 함정
저는 부동산을 운영하면서 “묵시적 갱신이 됐는데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걸로 처리됐다”는 임차인 분들을 꽤 만났습니다. 이게 그냥 실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손해입니다.
묵시적 갱신(黙示的 更新)이란 임대인이나 임차인 중 어느 쪽도 계약 종료 전 갱신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때,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 임차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특권이 생기는데, 바로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3개월 후에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집주인은 먼저 해지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일부 임대인들이 묵시적 갱신 상태인데도 새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한 갱신”이라는 문구를 특약에 슬쩍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계약서 양식 문제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의도적으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사용 카드를 미리 소진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서명 전에 특약 사항을 꼭 읽어보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으로 연장된 계약에도 보증금 및 차임 인상 한도는 5%로 제한됩니다.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제2항에 따른 것으로(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집주인이 아무리 시세가 올랐다고 주장해도 기존 보증금의 5%를 초과해서 올릴 수 없습니다. 다만 집주인 입장에서 5%를 올리려면 차임증감청구권(借賃增減請求權)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 권리는 경제 사정 변동 등을 법원에 입증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해서 현실적으로 집주인이 강제로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략적 활용, 2년을 다 채울 자신이 없다면
이 부분이 제가 가장 많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단순히 “더 오래 살기 위한 방어 수단”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공격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입니다.
예를 들어, 묵시적 갱신이 어렵게 됐는데 앞으로 2년을 꽉 채워 살 생각은 없고 1년 혹은 1년 반 정도만 더 살다가 이사 가고 싶은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합의 갱신(合意 更新), 즉 집주인과 임차인이 협의해서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을 택하면, 2년이라는 계약 기간에 묶여버립니다. 중간에 나가려면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복비를 대신 부담하거나 월세 2~3개월치를 더 내고 나가는 일도 생깁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식으로 손해 보는 임차인이 꽤 됩니다.
반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서 계약을 연장시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4항이 제6조의2를 준용하기 때문에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3개월 뒤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집주인 동의 없이, 추가 비용 없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서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아래 상황에서 이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묵시적 갱신이 어렵고, 합의 갱신으로 갈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
- 2년 전에 이사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 (자녀 학교, 직장 이동 등)
- 집주인이 보증금 5% 초과 인상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상황
- 이사 시기를 유연하게 조율하고 싶은 상황
다만 이 전략을 쓰려면 갱신요구권을 이번에 소진해버린다는 점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후에 마음이 바뀌어서 더 오래 살고 싶어도 다시 쓸 수 없으니까요. 제 경험상 이 결정은 이사 계획이 거의 확정됐을 때만 쓰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잠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계약갱신요구권 정책이 처음 시행됐을 때부터 별로 좋지않은 입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출처: 국토교통부) 이 제도는 2020년 7월 말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과 함께 시행됐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전국 집값 폭등의 한복판이었습니다.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2020년 말에 갱신요구권을 쓴 임차인들이 2022년 갱신 만료 시점에 어떤 현실을 마주했는지 아시나요? 이미 전세금은 크게 올라 있고, 갱신요구권은 다 썼고, 원래 금액으로 옮겨갈 집은 없었습니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세입자의 이사 비용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버린 겁니다.
마무리
계약갱신요구권은 분명 임차인에게 강력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모든 권리가 그렇듯,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득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면 우선 묵시적 갱신이 가능한 상황인지 확인해 보시고, 집주인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온다면 합의 갱신과 요구권 행사 중 어느 쪽이 본인 상황에 맞는지 꼼꼼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부동산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분쟁이 생긴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나 법률 기관에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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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JXDqPcArA4